긴 겨울을 지나 만물이 깨어나는 봄, 무심코 창밖을 보면 어느새 꽃이 피어 있다. 이맘때면 많은 이들이 봄의 정취를 찾아 여행을 계획하지만, 차가 없거나 장거리 운전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럴 땐 KTX가 좋은 대안이 된다. 빠르고 편리한 이동 덕분에 하루만에도 전국 곳곳의 봄꽃 명소를 다녀올 수 있고, 역 주변의 걷기 좋은 길과 축제는 봄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이번 글에서는 KTX로 떠날 수 있는 전국의 대표적인 봄꽃 여행지 3곳을 소개한다. ‘무궁화처럼 피는 여행’이라는 말처럼,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마음속에 오래 피어날 수 있는 여행을 지금 시작해보자.
1. 경주 – 벚꽃 아래 고즈넉한 역사 산책
도착역: 신경주역 (서울역 기준 약 2시간)
벚꽃 명소로 진해가 가장 유명하지만, 혼자 조용히, 혹은 연인과 함께 감성 가득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경주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신경주역에 도착하면 시내까지는 버스 또는 택시로 약 15~20분 거리이며, 일단 도착하면 도보로만으로도 하루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가장 유명한 벚꽃 명소는 대릉원 돌담길. 돌담을 따라 이어진 벚나무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걷는 이의 발걸음을 따라 리듬처럼 움직인다. 돌담 너머로 보이는 고분들과 벚꽃이 조화를 이루며 경주 특유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바로 근처에는 첨성대, 월정교, 동부사적지대가 이어져 있어 벚꽃과 유적지를 동시에 즐기며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또한 밤이 되면 동궁과 월지의 야경은 경주의 정점을 찍는다. 고풍스러운 전통 건물에 조명이 비춰지고, 물 위에 벚꽃이 비치는 풍경은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장면이다. 곳곳이 포토스팟이 넘쳐난다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 사진도 여유롭게 찍을 수 있어 혼행자나 커플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곳이다.
추천 코스: 신경주역 → 시내버스 → 대릉원 돌담길 산책 → 첨성대 → 동부사적지 → 동궁과 월지 야경
이동 팁: 대중교통이 불편할 수 있으니 일정에 따라 택시를 활용하면 효율적이다.
2. 진해 – 전국 최대 벚꽃의 향연
도착역: 창원중앙역 (서울역 기준 약 3시간)
진해는 단언컨대 대한민국 봄 여행의 대명사다. 군항제 시즌이 되면 여좌천, 경화역, 제황산 공원은 물론 도심 전체가 꽃으로 뒤덮인다. KTX는 진해역에 직접 도착하지 않기 때문에 창원중앙역이나 창원역에서 하차한 뒤 진해 시내로 30~40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노력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 진해의 봄은 감동적이다. 전국이 벚꽃으로 뒤덮여 진해 벚꽃의 위용이 조금 덜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봄벚꽃은 진해다
그중에서도 여좌천 벚꽃길은 진해를 대표하는 포토존이다. 작은 하천을 중심으로 양옆의 벚나무가 아치형으로 꽃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데크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느긋하게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에 좋다. 벚꽃이 만개한 시기에는 바람 한 번에도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매력을 뽐낸다.
조금 더 이동하면 경화역이라는 옛 기차역이 나온다. 운행이 멈춘 기찻길과 오래된 객차를 배경으로 벚꽃이 만발한 이곳은 마치 영화 속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준다. 특히 철로 위를 걷거나 꽃길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어 다양한 인생샷을 남기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다.
추천 코스: 창원중앙역 → 버스/택시 → 여좌천 벚꽃길 산책 → 경화역 철길 → 제황산 공원 케이블카
여행 팁: 군항제 시기(4월 초~중순)는 숙박과 교통이 혼잡하니 평일 당일치기를 추천한다.
3. 광주 – 유채꽃 향기 가득한 황룡친수공원 산책
도착역: 광주송정역 (서울역 기준 약 1시간 45분)
벚꽃이 봄의 상징이라면, 유채꽃은 따뜻한 햇살을 품은 듯한 따사로운 꽃이다. 광주송정역은 호남고속철도의 대표 거점이자, 유채꽃 산책로로 유명한 황룡친수공원 과 가까운 역이다. 황룡친수공원은 광주에서 이름난 유채꽃 명소로, 봄에는 벚꽃의 분홍 물결과 함께 노란 유채꽃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습지와 함께 데크길도 같이 마련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역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의 광주공항 인근 영산강 둔치에는 매년 봄 유채꽃밭이 장관을 이룬다. 벚꽃만 즐길게 아니라 제주도가 아닌 곳에서도 유채꽃을 즐겨보길 적극 추천한다
이곳은 단순한 사진 명소가 아니라, 걷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구조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유채꽃길은 수백 미터 이상 이어져 있고, 중간중간 포토존과 의자, 데크가 마련되어 있어 혼자 여행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을 느끼며 걷는 이 경험은, 봄의 따뜻함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해준다. 걷기를 좋아하고 산책을 즐겨 하는 분이시라면 베스트 여행이 될듯하다
추천 코스: 광주송정역 → 도보 이동 → 황룡친수공원 유채꽃길 → 양동시장 or 송정역 근처 브런치 카페
도보 팁: 해 질 무렵에는 강을 따라 걷는 산책 루트를 반대로 되짚어보는 것도 감성적이다.
봄 도보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5가지 팁
- 꽃 예보를 확인하자 – 개화 시기를 체크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방문하자.
- 기차표는 미리 예매하자 – 봄철 주말은 특히 매진이 빠르니 최소 1주일 전 예약 필수.
- 백팩 + 운동화 + 보조배터리는 필수 – 걷는 여행의 기본 아이템.
- 혼자여도 카메라를 꺼내자 – 타이머 촬영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샷 가능!
- 다음은 없다, 지금 떠나라 – 고민은 여행을 늦출 뿐. 올봄은 단 한 번뿐이다.
봄은 도보로 가장 아름다워지는 계절입니다
자동차 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봄바람,
창 너머로 스치는 풍경이 아닌, 눈높이에서 맞이하는 꽃잎,
걷는 걸음에 따라 피어나는 기분 좋은 설렘.
이 모든 게 바로 KTX 도보 여행의 매력입니다.
무궁화처럼 피어난 하루,
당신의 계절이 꽃피는 그 길 위에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