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제철 식재료들이 풍성하게 올라오고, 전국의 전통시장과 맛집에서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봄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 즐기는 시장 탐방은 지역의 삶과 문화, 그리고 계절의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전국 각 지역에서 봄철 특산물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전통시장과 맛집을 중심으로 코스를 추천한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진짜 지역의 맛과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맞춘 시장+먹방+봄 미식 코스를 소개한다.
경남 창녕 – 양파의 고장, 달콤한 봄 양파 미식 여행
창녕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양파 산지로, 봄철 수확되는 햇양파는 당도와 수분감이 뛰어나다. 특히 생으로 먹어도 맵지 않고 아삭한 봄 양파는 각종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창녕 전통시장에 가면 햇양파를 주재료로 한 향토 음식들을 손쉽게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는 ‘양파 불고기’로, 두툼하게 자른 양파 위에 양념한 돼지고기를 얹어 구워낸 요리다. 양파에서 우러난 단맛이 고기와 어우러져 독특한 감칠맛을 낸다.
시장 안에는 다양한 양파 가공식품도 판매되며, 양파즙, 양파장아찌 등은 간편한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창녕 읍내를 벗어나면 우포늪 인근 식당에서는 양파를 활용한 백반 정식이나, 양파를 곁들인 도토리묵, 산채비빔밥 등도 맛볼 수 있다. 시장을 둘러보고 우포늪 둘레길을 걷는 여유로운 일정은 미식과 힐링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봄 코스다.
전남 벌교 – 꼬막으로 채우는 봄철 남도 밥상
벌교는 말이 필요 없는 꼬막의 고장이다. 특히 봄철은 피꼬막의 제철 시기로, 알이 가득 차고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절정에 이른다. 벌교시장 안에 들어서면 꼬막 냄새와 함께 진짜 남도 밥상의 향기가 퍼진다. 대표 메뉴는 ‘꼬막정식’으로, 삶은 꼬막, 꼬막무침, 꼬막비빔밥, 꼬막전, 꼬막된장국 등 꼬막을 이용한 다양한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온다. 밥을 비벼 먹는 순간부터 단짠 고소한 맛에 젓가락질이 멈추지 않는다.
시장 내에는 꼬막만 전문으로 파는 상점도 많아 원하는 양만큼 구입해갈 수도 있으며, 일부 가게에서는 직접 데쳐 먹을 수 있는 간이 좌석도 제공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태백산맥문학관이나 벌교천 산책로에서 소화도 겸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남도의 봄을 가장 남도답게 체험하고 싶다면 벌교 시장과 꼬막밥상은 반드시 경험해볼만한 코스다.
충남 서천 – 바지락과 봄 갯벌이 선물하는 시장 먹방
충남 서천은 봄 갯벌의 진미인 바지락이 한창인 시기다. 특히 서천 장항시장이나 마량포구 어시장은 봄 제철 바지락과 각종 조개류, 해초를 풍성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시장 안의 식당에서는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비빔밥, 바지락전 등을 계절 한정 메뉴로 선보이며, 국물의 깊은 맛과 바지락 특유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시장에는 활어를 직접 고르고 회를 떠주는 해산물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바지락 외에도 다양한 해산물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먹거리를 즐긴 뒤에는 신성리 갈대밭이나 국립생태원 등 인근 관광지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서천은 조용하고 한적한 지역이지만, 제철 먹거리만큼은 전국 어디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강원 정선 – 곤드레 향 가득한 산나물 장터의 봄맛
강원도 정선은 봄이 오면 산나물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지역이다. 특히 4~5월 사이 정선 5일장에서는 곤드레, 취나물, 참나물, 산마늘 등 각종 봄나물을 비롯해 직접 채취한 들풀과 산야초를 판매하는 상인들로 붐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곤드레밥 정식’으로, 향긋하게 지은 곤드레밥과 된장찌개, 제철 나물 반찬이 함께 나온다.
정선시장 안에서는 할머니 손맛이 그대로 담긴 곤드레 전, 나물 부침개, 감자떡 등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음식 하나하나가 소박하지만 봄 산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을 준다. 시장 외에도 정선 아리랑극장이나 레일바이크 등 지역 체험 요소도 풍부해 미식 외의 재미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여행지다.
시장에서 만나는 봄, 가장 생생한 계절의 맛
전국 방방곡곡의 전통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봄 제철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 그 이상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의 순환과 지역의 삶, 계절의 정취가 담긴 한 그릇이다. 제철이라는 단어의 소중함은 시장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며, 눈으로 보고, 냄새로 맡고, 직접 맛보며 체득하는 살아있는 여행이 된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시장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밥 한 끼를 나누는 경험은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번 봄, 지도에 없는 숨은 명소를 찾고 싶다면 지역 시장부터 들러보자. 그곳엔 가장 신선한 음식과 가장 따뜻한 인심, 그리고 가장 진짜 같은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