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는 풍경만이 아니라 식탁 위에도 찾아온다. 봄은 특히 입맛을 돋우는 제철 재료가 풍성한 시기로, 이맘때 전국 각지의 시장과 식당에는 봄 특유의 신선함이 가득하다. 미세먼지 대신 봄바람이 불고, 살짝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온 속에서 드라이브를 하며 지역 시장을 돌아보고,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가는 여행은 그야말로 오감을 만족시킨다. 이번 글에서는 전국 각지의 봄 제철 재료를 가장 잘 살린 먹방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시장, 맛집, 지역명소까지 연결한 '먹으러 떠나는 봄 여행' 전국 맛지도를 따라가 보자.
전남 벌교 – 꼬막 한상으로 느끼는 진짜 봄의 맛
벌교는 단연 ‘꼬막의 고장’이다. 특히 봄철은 피꼬막의 제철로, 살이 통통하고 단맛이 오르며 쫄깃한 식감이 절정에 이른다. 벌교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꼬막을 삶는 김과 고소한 냄새가 가득 퍼진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꼬막정식’. 삶은 꼬막부터 꼬막무침, 꼬막비빔밥, 꼬막전, 꼬막된장국까지 꼬막으로 구성된 한 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시장 인근의 작은 식당에서도 수십 년 경력의 주인장이 직접 만든 꼬막요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으며, 일부 식당은 꼬막 까기 체험도 제공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벌교천 산책로를 걸으며 소화도 겸하고, 근처 태백산맥문학관이나 순천만습지도 함께 들러보면 하루 일정이 꽉 찬 봄 여행이 완성된다. 남도의 인심과 바다 내음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벌교는 반드시 들러야 할 맛지도 코스다.
경남 창녕 – 달콤한 봄 햇양파로 만든 별미 정식
봄철 창녕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햇양파 산지다. 4~6월 사이 수확되는 봄 양파는 당도가 높고 수분이 풍부해 익히지 않고도 아삭하게 먹을 수 있다. 창녕전통시장에서는 갓 수확한 양파를 이용한 향토 음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양파불고기 정식’은 달큰한 양파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간장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를 얹어 불에 구워내는 방식으로, 식사 내내 양파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입맛을 사로잡는다.
시장 내에서는 양파 장아찌, 양파즙, 양파튀김 등도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식당은 양파를 활용한 브런치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양파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형 카페들도 있어 가족 여행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인근 우포늪은 천천히 산책하며 봄기운을 느끼기에 좋은 코스로, 창녕은 미식과 자연 힐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손색없다.
충남 서천 – 바지락과 봄 갯벌의 만남
충남 서천은 바지락의 본고장이라 불린다. 특히 장항시장이나 마량포구 어시장은 봄철 바지락을 포함한 제철 해산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시장 내 식당에서는 바지락 칼국수가 대표 메뉴다. 갓 캐낸 바지락을 넣고 푹 끓여낸 국물은 감칠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을 준다. 바지락전, 바지락비빔밥도 봄 시즌 한정으로 판매되며, 신선도 높은 해산물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서천은 단순히 먹거리만 있는 지역이 아니다. 시장에서 배를 채운 후 신성리 갈대밭이나 국립생태원을 찾아가면, 자연과 어우러진 조용한 풍경 속에서 소화도 겸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현지인처럼 조용한 시장을 누비며 진짜 봄을 경험하고 싶다면 서천은 꼭 체크해야 할 곳이다.
강원 정선 – 곤드레의 향으로 완성되는 봄 밥상
정선은 봄이 되면 들과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로 가득한 5일장이 열린다. 곤드레, 취나물, 참나물 등 다양한 봄나물은 시장 입구부터 향긋한 냄새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곤드레밥 정식’이다. 곤드레를 밥에 함께 넣어 지은 뒤,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들을 곁들이는 구성으로, 정갈하면서도 깊은 산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시장 안에는 할머니 손맛이 담긴 감자떡, 곤드레전, 도토리묵 등도 맛볼 수 있어 가볍게 간식 삼아 먹기에도 좋다. 정선 레일바이크, 아리랑극장 등과 연계한 여행 코스를 짜면 하루가 꽉 찬 만족스러운 일정이 된다. 계절의 흐름을 가장 순수하게 느끼고 싶다면, 봄 정선만큼 좋은 여행지는 없다.
경기 이천 – 봄딸기 디저트와 도자기 마을의 감성 여행
이천은 봄이 되면 딸기 체험농장과 디저트 맛집이 활기를 띠는 곳이다. 특히 3월~5월 사이 수확되는 이천 딸기는 당도가 높고 육즙이 풍부해 생과일 그대로 먹거나 다양한 디저트로 즐기기에 좋다. 이천 장호원이나 마장시장 인근에는 딸기를 활용한 타르트, 생딸기 우유, 딸기 케이크 등을 파는 로컬 카페들이 많아 '디저트 먹방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시장 내에서는 딸기 외에도 봄나물, 된장, 산채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인근의 이천 도자기 마을에서는 감성적인 카페와 공방 체험도 가능하다. 도시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시골스러운 풍경과 달콤한 디저트를 함께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봄 여행지다.
경북 영덕 – 봄 대게의 진수, 풍성한 해산물 여행
봄철 영덕은 대게로 유명하다. 3월~4월은 대게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로, 영덕시장과 강구항 주변은 대게를 찜으로, 탕으로, 회무침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특히 영덕대게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관광객들이 몰리며, 지역 특산물 판매와 함께 먹거리 부스도 운영되어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대게는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시장 내에서는 ‘소 대게’나 ‘대게 라면’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형태로도 판매되며, 싱싱한 회나 문어 숙회, 멍게 비빔밥 등 봄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도 가득하다. 식사 후에는 영덕 해맞이공원이나 블루로드 산책로를 따라 바다를 걸으며 봄바람을 즐길 수 있어 최고의 먹방+힐링 조합을 이룬다.
제주 구좌 – 봄 한라봉과 성산일출봉 뷰의 조화
제주의 봄은 한라봉과 함께 시작된다. 특히 구좌읍 세화리 일대에서는 당도 높은 한라봉과 천혜향이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시기로, 과일을 활용한 디저트 전문점과 카페가 SNS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세화민속오일장이나 동문재래시장에서는 한라봉 잼, 말랭이, 주스 등을 직접 구입할 수 있으며, 현지 카페에서는 ‘한라봉 에이드’, ‘한라봉 크림케이크’ 같은 메뉴로 봄의 제주를 맛볼 수 있다.
시장 구경 후에는 가까운 성산일출봉, 김녕해변, 월정리까지 드라이브를 곁들이면 하루 코스로 완벽하다. 따뜻한 기온과 유채꽃 풍경 속에서, 상큼한 봄 감성을 맛보고 싶다면 제주 구좌 지역은 탁월한 선택이다.
봄은 먹기에도 좋은 계절, 진짜 계절의 맛을 찾아서
봄은 맛으로도 기억되는 계절이다. 제철 식재료는 그 시기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신선함을 가지고 있고, 지역의 전통시장과 맛집에서는 그 재료를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 요리해낸다. 이번에 소개